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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마지막으로 언제 나무를 심어보셨나요? 식목일의 잊혀진 의미를 되살리는 시간

player5 2025. 4. 2.

지난 주말, 집 안 화분에 물을 주다 문득 달력에 동그라미 쳐둔 날짜가 눈에 들어왔다. 4월 5일, 식목일.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 한 번도 제대로 챙겨본 적 없는 날이었다. '언제부터 식목일에 나무를 심지 않게 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은 식목일에 특별한 활동을 하시나요? 혹시 학창 시절 나무 심기 추억이 있으신가요? 마침 초등학생 조카아이가 식목일 숙제로 나무를 심어야 한다며 도움을 요청해 왔다. 어릴 적 추억 속에만 남아있던 식목일이 다시 일상으로 들어온 순간이었다.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지난 식목일, 조카와 함께 근처 화원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빗방울이 볼을 간질이는 느낌이 상쾌했다. 화원 입구에 들어서자 흙 냄새와 식물 특유의 싱그러운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분무기 소리와 화분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봄의 생동감을 더했다. 여러 화분과 묘목들 사이로 걷다 보니 어릴 적 교과서에서만 보던 '내 나무 심기'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땐 그저 흙 묻히기 싫어 투정 부리던 어린아이였는데, 어느새 조카에게 나무 심는 법을 알려주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조카아이는 두 손을 꼭 모으고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우리 진짜 나무 심는 거예요? 텔레비전에서만 봤는데!"

조카의 맑은 목소리에서 순수한 호기심이 느껴졌다. 사실 성인이 된 후로는 진짜 나무를 심어본 적이 없었다. 화분에 작은 식물을 키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으니까.

"그럼, 오늘 우리가 심은 나무는 앞으로 쭉 자라서 네가 어른이 될 때는 정말 커다란 나무가 될 거야."

조카아이는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매장 안을 종종거리며 돌아다녔다.

흙바닥에-심은-묘목

식목일의 시작, 몰랐던 이야기

화원 아저씨는 우리가 식목일 나무를 고르고 있다고 하자 활짝 웃으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요즘엔 식목일에 직접 나무 심으러 오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특히 어린이와 함께 오시는 건 정말 보기 드문 일이죠."

아저씨의 목소리에는 옛 추억을 떠올리는 듯한 따스함이 묻어났다. 말씀을 듣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우리나라에서 식목일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그동안 그저 봄에 나무 심는 날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터라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해 보았다.

놀랍게도 우리나라 식목일의 역사는 100년도 넘게 거슬러 올라갔다. 공식적으로는 1949년 대통령령으로 지정되었지만, 그 유래는 더 거슬러 올라가며 일제강점기인 1911년부터 관련된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처음엔 4월 3일이었다가 나중에 4월 5일로 바뀌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건, 식목일이 원래는 법정공휴일이었다는 점이었다. 2005년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서 2006년부터는 주 5일 근무제 확산과 함께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아저씨, 식목일이 예전에는 빨간 날이었대요!" 발견한 사실을 알려주자 화원 아저씨는 빙그레 웃으셨다.

"맞아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식목일이면 온 가족이 나무 심으러 나갔어요." 아저씨의 목소리에서 향수가 느껴졌다. "학교에서도 단체로 나무 심기 행사를 했고요. 지금처럼 인터넷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라 실외 활동이 더 많았죠."

"정말요? 학교에서 다 같이 나무를 심었어요?" 조카아이가 신기한 듯 물었다.

"그럼! 학교 운동장 한쪽에 모여서 선생님들이 나눠주신 묘목을 심곤 했지. 심고 나면 '이 나무는 내가 심었다'고 이름표도 달았단다."

조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왜 식목일이 빨간 날에서 없어졌어요?"

아저씨는 잠시 생각하시더니 쉽게 설명해 주셨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고, 휴일도 조정이 필요했던 거지. 하지만 식목일의 의미까지 사라진 건 아니란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공휴일이 줄어든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식목일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빨간 날이 아니어도 식목일의 의미는 충분히 되새길 수 있을까요, 아니면 공휴일이라는 특별함이 있어야 더 의미 있게 기념할 수 있을까요?

 

손으로 심는 첫 나무

조카아이와 함께 고민 끝에 단풍나무 묘목을 선택했다. 화원 아저씨는 친절히 심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여기 구덩이를 파고, 묘목을 넣은 다음에 흙을 채워주세요. 그다음 발로 살짝 눌러주면 돼요. 물은 처음에 듬뿍 주시고요."

아저씨의 설명에 조카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듣는 모습이 귀여웠다.

아파트 단지 내 조그만 정원에 허가를 받아 자리를 마련했다. 정원용 삽으로 흙을 파는데, 생각보다 단단해서 힘이 많이 들었다. 삽이 흙을 파고들 때마다 '푹푹' 소리가 나며 봄비로 촉촉해진 흙 냄새가 더욱 진하게 올라왔다. 조카아이는 작은 장갑을 끼고 열심히 땅을 파는 시늉을 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일을 도와주었다. 그래도 아이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구덩이를 파고 묘목을 넣자 조카아이가 흙을 조금씩 덮어주었다. 작은 손으로 조심스럽게 흙을 쓰다듬는 모습이 어찌나 진지한지. 흙을 채우는 손끝에서 전해지는 부드러운 감촉과 촉촉한 느낌이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물을 주자 '촤르르' 소리와 함께 흙이 촉촉하게 젖어들면서 나무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다.

"자, 이제 우리 나무야. 잘 자라주렴." 아이의 말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무를 심고 난 후, 조카아이는 자신이 심은 나무에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단풍이'라는 아주 단순한 이름이었지만, 그 이름에 담긴 애정이 느껴졌다.

"단풍이가 목마르면 어떡해요?" 아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비가 내리면 자연스럽게 물을 마실 수 있어. 그리고 우리가 가끔 와서 물을 줄 수도 있고."

"단풍이한테 말도 걸어줘야 해요? 외로울 것 같은데..."

순수한 질문에 웃음이 나왔다. "식물도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더 잘 자란다는 이야기가 있어. 가끔 와서 인사해 주면 좋아하겠다."

아이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식목일의 진짜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창문에 빗방울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를 들으며 아이가 물었다. "왜 식목일에 나무를 심어요?"

순간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왜 나무를 심지?' 단순히 환경을 위해서? 그건 너무 추상적인 대답 같았다.

집에 돌아와 아이의 숙제를 도와주기 위해 식목일의 의미를 좀 더 찾아보았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화면에 나타나는 정보들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식목일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날이 아니라, 숲의 중요성과 나무가 삶에 미치는 영향을 되새기는 날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식목일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1946년 공식적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국토 보전'과 '자원 확보'라는 실용적인 목적이 컸지만, 지금은 기후변화 대응과 생태계 보존이라는 더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대한민국의 산림녹화 성공 사례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1960년대만 해도 민둥산이 많았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국토의 63%가 산림으로 덮여 있다고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한국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녹화에 성공한 거의 유일한 국가로 평가하고, 유엔환경계획(UNEP) 등 다른 국제기구에서도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할 정도니, 식목일이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혹시 이런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우리나라의 산림녹화 역사는 정말 자랑스러운 이야기인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조카아이에게 아주 쉽게 풀어 설명해 주었다. "식목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약속하는 날이야. 나무는 우리에게 깨끗한 공기도 주고, 시원한 그늘도 만들어주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산사태가 나지 않게 땅도 단단히 잡아주지. 그래서 우리가 고마움을 표현하는 날이기도 해."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단풍이가 자라면 우리한테 깨끗한 공기 줄 거예요?"라고 물었다.

"그럼! 아주 조금이지만 단풍이도 지구에 도움을 줄 거야. 그리고 지금 심은 나무는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 아주 멋진 모습으로 자라 있을 거야."

"와, 그때 단풍이가 얼마나 컸는지 보러 와야겠어요!"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잊혀가는 식목일, 그래도 이어지는 의미

집으로 돌아와 아이의 숙제를 마무리하면서, 요즘 식목일 행사가 많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도시화로 인해 직접 나무를 심을 공간이 줄어든 것도 있고,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자연스럽게 기념하는 분위기가 사라진 것도 있을 것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빽빽한 건물들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녹지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는 작은 식물들조차 이제는 큰 의미를 갖는 시대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식목일의 의미는 여전히 중요하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나무 심기의 가치는 오히려 더 커졌다.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나무 심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직접 나무를 심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식목일을 기념할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민 참여 나무심기'처럼 대리 식수를 신청할 수도 있고, 도시숲 조성을 위한 기부에 참여할 수도 있다. 베란다에 작은 화분을 두거나, 반려식물을 들이는 것도 식목일의 의미를 새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식목일이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기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미국에서는 '아버 데이(Arbor Day)'라고 불리며, 네브래스카 주에서 1872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중국은 3월 12일, 일본은 4월 29일을 식목일로 지정했다. 나라마다 날짜는 다르지만 나무를 심고 숲의 중요성을 기억하자는 의미는 같았다. 여러분은 다른 나라의 식목일 문화나 행사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어떤 특별한 방식으로 기념하는지 궁금하네요.

 

작은 변화, 큰 의미

아이와 함께 나무를 심고 식목일에 대해 알아보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생겼다. 평소 별 관심 없던 환경 문제와 기후변화에 대해 더 찾아보게 되었고, 집 베란다에도 작은 식물들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화분에 흙을 채우는 느낌, 물을 줄 때 나는 시원한 소리, 새싹이 돋아날 때의 설렘까지 - 작은 식물을 키우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한 그루의 나무는 평생 동안 약 1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한다. 심은 단풍나무는 아직 작지만, 언젠가는 거대한 그늘을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지구에 기여할 것이다. 비록 하루아침에 환경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은 일상에서 환경을 위해 어떤 작은 실천을 하고 계신가요? 나무를 심는 것 외에도 환경을 위한 여러분만의 방법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식목일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날이 아니라, 살고 있는 지구와 자연, 그리고 미래 세대와 맺는 약속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 식목일에는 더 많은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아마도 그때쯤이면 아이의 '단풍이'도 조금은 자라 있겠지.

"내년에도 또 나무 심으러 갈 거죠?" 아이의 질문에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내년에는 더 큰 나무를 심어볼까?"

"좋아요! 그때는 제가 더 많이 도와드릴게요. 오늘은 거의 다 하셨잖아요."

순수한 아이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아이의 눈에도 보였던 모양이다.

오늘 심은 작은 나무가 언젠가 큰 그늘을 만들어내듯, 작은 행동이 모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식목일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러분은 식목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신가요? 특별한 나무 심기 경험이 있거나,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나무가 있다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또는 앞으로 식목일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지, 어떤 나무를 심어보고 싶은지 함께 나눠요. 우리의 작은 관심과 실천이 모여 더 푸른 지구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식목일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요?

A. 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베란다에 작은 화분을 두거나 반려식물을 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민 참여 나무심기'를 통해 대리 식수를 신청하거나, 도시숲 조성을 위한 기부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Q. 한 그루의 나무가 환경에 얼마나 기여하나요?

A. 한 그루의 나무는 평생 동안 약 1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또한 산소를 생산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며, 도시 열섬현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나무는 또한 토양 침식을 방지하고 생물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역할도 합니다.

Q. 아이들에게 식목일의 의미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요?

A. 아이들과 함께 직접 나무를 심거나 화분에 씨앗을 심는 활동을 하며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게 해주세요. 심은 식물에 이름을 붙이고 함께 돌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명의 소중함과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또한 나무와 환경에 관한 동화책이나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 다른 나라들은 식목일을 어떻게 기념하나요?

A. 미국에서는 '아버 데이(Arbor Day)'라고 불리며 네브래스카 주에서 1872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중국은 3월 12일, 일본은 4월 29일을 식목일로 지정했습니다. 나라마다 날짜와 기념 방식은 다르지만, 나무를 심고 숲의 중요성을 기억하자는 의미는 동일합니다. 많은 나라에서 학교나 지역사회 차원의 나무심기 행사가 진행됩니다.

Q. 나무를 심은 후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A. 나무를 심은 후에는 충분한 물을 주고, 특히 처음 1-2년 동안은 정기적인 관리가 중요합니다. 건기에는 물을 자주 주고, 필요에 따라 영양분을 공급해 주세요. 또한 잡초 제거와 병충해 관리도 필요합니다. 나무 종류에 따라 관리 방법이 다를 수 있으니 심은 나무의 특성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Q. 기후변화와 식목일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A.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여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인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식목일을 통한 나무 심기 활동은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직접적인 도움이 됩니다. 특히 도시 지역의 나무는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미세기후를 개선하는 데 기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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