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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집 참숯불 갈비. 점심에 구운 고기와 맥주 소주 한잔이 땡길때!!

player5 2025. 4. 1.

평범한 평일,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었다. 전날부터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하나. 바로 구워 먹는 고기였다. 그것도 참숯불에 구운 고기.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점심 고기 먹을래? 구워 먹는 곳으로"

이상하게도 평일 점심에 구운 고기가 당기는 날이 있다. 친구도 마침 고기가 먹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우리는 대치동의 '풍년집 대치점'으로 향했다.

 

대치동의 맛집, 풍년집

풍년집_외관

강남 대치동, 테헤란로와 삼성로가 만나는 지점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위치한 풍년집은 외관만 봐서는 특별할 것 없어 보였다. 입구에 걸린 '풍년집' 글자가 반듯한 건물과는 어울리진 않았지만, 상관없다. 맛만 있다면야.

지하철 삼성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 걸리는 위치라 접근성도 나쁘지 않았다. 빌딩 사이에 위치해 있어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조금 헤맬 수 있지만, 네이버 지도로 충분히 찾아갈 수 있었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테이블마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풍경이 보였다. 아, 역시 점심에 고기를 찾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구나. 어딘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순간이었다.

"여기 참숯불 소갈비살 2인분 주세요."

풍년집_벽에_붙은_메뉴

메뉴벽(?)을 보니 직장인 점심 식사용으로 김치찌개(10,000원)도 있었지만, 우리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참숯불 소갈비살, 1인분에 18,000원. 평일 점심 치고는 약간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지만, 그날은 그런 계산 따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서비스의 풍년, 이름값을 하는 가게

풍년집_고추_마늘_상추_반찬들

주문을 마치고 잠시 후, 테이블에 반찬들이 하나둘 놓이기 시작했다. 겉절이 상추와, 마늘, 고추 등 고기를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기본 채소들이 나왔다. 그리고 된장찌개가 서비스로 제공되었다.

"여기는 된장찌개가 서비스네?"

친구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양이 상당히 푸짐해서였기도 했다. 전에 없던 계란말이까지 서비스가 나왔는데 상시 주는지는 모르겠다. 라면 사리 추가는 무료지만 받지는 않았다. 가게 이름이 '풍년집'이라 그런가, 서비스도 풍년이었다.

 

숯불 향이 매력적인 소갈비살

풍년집-불에-올린-소갈비살

드디어 우리가 기다리던 소갈비살이 등장했다. 선명한 붉은색의 고기가 그릇에 가지런히 담겨 있었고, 직원이 화로대에 불을 피우더니 숯불이 맞는지 확인했다.

"참숯불이라 향이 좋아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직원의 말처럼, 숯불이 고기에 닿자 은은한 향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향이 코끝을 자극하니 침이 절로 고였다. 이제 소주 한 잔이 간절했다.

"우리 소주 한 병 시킬까?"

친구의 말에 잠시 망설였다. 평일 점심에 소주라니... 하지만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와 그 구수한 향이 이성적인 판단을 무너뜨렸다. 결국 우리는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점심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자책하는 말과 함께 첫 잔을 비우는 순간, 일상의 소소한 스트레스가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갈비살과 된장찌개의 환상적인 조화

풍년집-잘-구워진-소갈비살

갈빗살이 노릇하게 익어갈 때쯤, 나는 된장찌개 한 숟가락을 떠먹었다. 구수한 된장 맛에 두부와 채소가 어우러진 국물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다른 갈비집과 달리 된장찌개의 맛이 정말 괜찮았다. 대부분의 고깃집에서는 된장찌개가 그저 서비스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달랐다. 제대로 된 재료와 정성이 들어간 맛이었다. 된장찌개만으로도 밥 한 공기는 뚝딱 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역시 갈비살이었다. 직원이 가위로 적당한 크기로 잘라준 고기를 집어 상추에 올리고, 마늘과 양파, 쌈장을 얹어 한입에 넣었다.

"음... 이 맛이지."

입 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과 육즙, 그리고 숯불 향이 어우러진 맛은 그동안의 피로를 싹 날려버리는 듯했다. 일반 가스불로 구운 고기와는 확실히 다른 풍미가 있었다. 참숯불의 은은한 향이 고기에 배어들어 더욱 깊은 맛을 만들어냈다.

된장찌개 한 술, 갈비살 한 점, 소주 한 잔. 이 삼박자가 어우러지는 순간이 이토록 완벽할 수 있다니.

 

 

대만족, 다음을 기약하며

두 사람이 소갈비살 2인분, 소주 한 병을 비우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서비스도 빠른 편이었다.

계산을 하면서 든 생각은 '생각보다 괜찮은 가격'이었다. 고기 2인분에 36,000원, 소주 한 병에 5,000원 정도. 거기에 된장찌개와 계란말이까지 서비스로 받았으니, 가성비로 따지면 나쁘지 않았다. 물론 평일 점심 식사 비용으로는 조금 가격대가 있다 할 수도 있지만 맛과 양으로 보자면 혜자다.

"다음에 또 오자. 저녁에 오면 더 여유 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친구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평일 점심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나른함보다는 에너지가 충전된 느낌이었다. 아마도 맛있는 음식과 좋은 친구와의 대화가 주는 힘이 아닐까.

풍년집 대치점. 평범한 평일 점심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이곳은 이제 내 맛집 리스트에 확실히 자리 잡았다. 고기에 소주가 당기는 날, 혹은 특별한 점심이 필요한 날이면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가격대비 맛과 서비스 측면에서도 다른 고깃집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고기 냄새가 옷에 배어 돌아가는 길, 소주 한 잔의 알코올이 살짝 남아있는 기분이었지만, 웃음이 나왔다. 평일 점심에 고기와 소주라니, 작은 일탈이었지만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일상을 버티게 하는 힘이 아닐까.

다음에는 저녁에 와서 라면 사리도 추가해 봐야겠다. 된장찌개에 라면 사리의 조합이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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